101221 양재동 완원

회사 회식을 하면 보통은 매일 식사하러 가는 밥집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아니면 과천까지 나가서 갈비탕을 먹거나, 가끔씩 차를 타고 강남쪽으로 나간다.
그런데 이날은 전날 부터 공사 차장님이 중국요리를 계속 추진하시는 바람에 중국 코스요리를 먹기로 했다.
나는 상당히 달가웠던 게 매번 고기만 구워먹는 것보다 가끔씩 이런 것으로 회식 하는 게 더 좋았기에...
게다가 회사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라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이미 주문은 들어간 상태였고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으로 오향장육 비슷하게 냉채가 나왔다.
피딴을 보고있으면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 '수필' 지문에 자주 나오던 '피딴문답'이 생각난다.
언어영역 공부하면서 몇가지 맘에 들어한 지문이 있는데, 그 중에는 '박이문' 교수의 '나의 삶 나의 길' 도 있고, '청춘예찬'도 있고 '피딴문답'도 있다.
여튼, 전채요리로 괜찮았다.

회식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술인 것 같다.
중식을 먹으러 갔기에 중국술을 주문했는데 보자마자부터 겁이 났다.
도수도 높은 데다가 빈속에 부어넣을 생각을 하니... 으악..
역시나 빈속에 부어넣었는데, 향이 좋은 작은 한잔이었지만 온몸에 쏵- 퍼져나가는 뜨끈뜨끈한 느낌이 오묘했다.
왠지 술 많이 마셔서 힘든 자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행이게도 술을 마시고나자마자 게살스프가 나왔다.
"올커니!!" 하면서 다들 열심히 먹었다.
내용물이 부실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전분죽이라서 그런지 나의 침으로 인해서 처음의 끈적끈적 걸죽함이 얼마 가지 못하고 이내 흐물흐물해졌다.

다음으로 유산슬이 매생이를 얹어서 나왔다.
게살스프처럼 심심한 전분음식이었지만 매생이를 올려서 그런지 또 다르게 느껴졌다.
배가 많이 고파서 맛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후다닥 먹은 것 같다.

다음으로 칠리새우가 나왔는데 새우 살이 꽤나 통통한게 실했다.
류계장님이 전부터 이야기 하던 '왕새우의 진실' (우리가 먹는 왕새우, 대하라는 게 결국은 '흰다리 새우'라는...)이 이 자리에서도 나왔다.
일단 한 입을 먹자마자 진실을 저 너머로...
그냥 맛있게 먹었다.

13명이 아까 그 술 2병을 비워버리고 또 다른 술을 주문했다.
'경주'라는 술인데 알코올 도수가 38도라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말 그대로 GG.
맛을 보기가 두려워서 죽은 척을 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했다.
결국 잔에 따르기만 하고 끝까지 그대로 갔다.

어느정도 코스가 끝나갈 때즈음인지 꽃빵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꽃빵을 참 좋아하는데, 어릴적 엄마가 집에서 부추잡채를 해주시면 꽃빵이랑 같이 먹었던 게 기억이 난다.

꽃빵이랑 같이 나온 음식이 소고기 편육이다.
버섯과 함게 볶아져서 나왔는데 희안하게 생긴 버섯들이 많았다.
옆에있던 공사차장님이 그 버섯을 보면서 엄청 좋아하시면서 "이런 게 총각 버섯이야!"라고 알려주셨다.
(왜 총각 버섯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네이버에 검색을..)

식사가 나올 때가 됐다는데 우리는 다들 아직 배가 덜 찼다고 하여서 요리 하나를 더 주문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요리가 '오룡해삼'이었다.
해삼을 다져서 완자로 만들어 튀긴 음식인데 꽤나 괜찮았다.
다만 다져서 만든 음식이라 해삼의 질감이 다 느껴지지 않아서 그게 좀 아쉬웠다.
왠지 이런 음식은 내 돈주고 안먹을 대나 먹어야 괜찮은 것 같다.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먹은 음식만으로도 배가 무지하게 불렀다.
그래서 식사가 나왔지만 별로 땡기지는 않았다.

식사가 끝나니 후식으로 이게 나왔는데 키위가 참 시었다.
류계장님과 "우리는 골드 키위만 먹어서 이런 제스프리는 못먹는다."는 농담을 하면서 결국엔 키위를 다 먹었다.

간만에 깔끔하게 회식을 해서 좋았다.
다만, 술의 기운에 짖눌려 버려서 집에 오는 길이 너무 길었던 건 매우 아쉬웠다.ㅠㅠ

덧글

  • 카이º 2010/12/24 22:42 #

    여러가지 고급음식들이 눈에 띄네요~
    류산슬에 매생이를..! ㅎㅎ
    오룡해삼.. 참 맛이 괜찮지요! 쫄깃한게..
    깔끔한 회식 잘 즐기셨는지요~
    술은 적당히 적당히 건강한 연말 보내세요^^
  • 블루싸인 2010/12/25 14:46 #

    네.
    카이님도 즐거운 연말연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커피구름 2010/12/25 21:38 #

    매일 이런 음식으로 회식하면 도망가지 않고 남아있을 거죠?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난 생일파티 끝내고 윷놀이 했습니다.
  • 블루싸인 2010/12/26 04:21 #

    올해는 나 대신 윷놀이를 너가 했구나.
    부디 이겼기를 바람.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회색 트위터

페이스북